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헤어진 후에도 연인에 대한 기억 때문에 고통스러운 남녀가 기억을 지워버리지만, 기억은 지워지지 않고 여전히 가슴에 남아 사랑이 더욱더 깊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영화입니다. 2004년 개봉한 이후 10주년 기념으로 2015년에 재개봉을 하여 흥행에 성공하였습니다.
사랑의 기억을 지우다
평범하고 소심한 성격의 조엘과 자유분방한 성격의 클레멘타인은 서로 사랑에 빠집니다.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은 자주 싸우게 됩니다. 어느 날 조엘이 클레멘타인에게 사과를 하려고 찾아갔는데, 그녀는 그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조엘은 그녀가 다른 남자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것은 클레멘타인이 조엘과의 관계에서 괴로워하다가 기억 삭제 회사 라쿠나를 찾아가서 조엘과의 모든 기억을 지워버렸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이 사랑했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조엘은 클레멘타인의 결정과 달라진 모습에 큰 충격을 받습니다. 성급하게 기억을 지워버리는 결정을 한 클레멘타인에게 화가 난 조엘도 그녀와 함께 했던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하고 라쿠나를 찾아갑니다. 조엘은 깊은 잠에 빠져서 클레멘타인과 함께 했던 기억을 따라갑니다. 아픈 기억 속에 감춰진 행복했던 시간들을 깨달은 조엘은 기억 삭제를 멈추기를 원했지만 기억 삭제는 계속되었습니다. 조엘은 클레멘타인의 손을 잡고 사라져 가는 기억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달립니다. 그는 그와 아무 상관없는 그녀의 어린 시절로 도망칩니다. 하지만 조엘의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은 모두 삭제되고 아침이 찾아옵니다. 출근을 하던 조엘은 갑자기 충동적으로 회사를 결근하고 몬탁행 기차를 탑니다. 몬탁에서 조엘은 처음 보는 여자를 발견하고 그 여자와 이상하게 자꾸 마주치며 서로에게 끌리게 됩니다. 다시 만난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또다시 사랑에 빠지고, 다시 그렇게 기억됩니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다가 자신이 지우려 했던 사랑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알고 보면 재미있는 복선과 클레멘타인의 머리색
처음 영화를 볼 때는 알아차리지 어렵지만, 감독은 처음부터 조엘이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삭제한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결근하고 간 몬탁에서 그림 그리던 노트를 보면 찢겨 나간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향하는 조엘의 관자놀이에는 기억 삭제 회로의 시험용 펜 마크가 있습니다. 조엘은 클레멘타인과 관련된 모든 기억을 삭제했기 때문에 그는 유명한 클레멘타인 노래를 모릅니다. 클레멘타인에게 사과하기 위해 뒤따라가다가 소화전에 긁힌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클레멘타인의 머리색은 그녀의 감정을 나타냅니다. 그녀의 머리색은 크게 네 종류로 염색됩니다. 그녀의 머리색 (염색약의 이름)이 조엘과의 사랑의 온도를 상징하고, 그녀의 감정 상태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처음 조엘을 만나 사랑에 빠진 클레멘타인의 머리색은 봄과 같은 싱그러운 초록색인 '초록 혁명'이고, 두 사람의 사랑이 가장 뜨거울 때는 진한 붉은색인 '붉은 위협'입니다. 또 사랑이 조금씩 식어갈 때는 빨간색이 빛을 바란 듯한 '에이전트 오렌지'이고, 이별 뒤에는 시크한 파란색인 '파란 파멸'의 머리색입니다. 영화를 보다가 사건의 순서를 잘 모를 때 클레멘타인의 머리색을 보면 시간의 흐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해피엔딩 vs 새드엔딩
기억 삭제에는 원칙이 있는데, 최근의 기억을 먼저 지워야 합니다. 최근의 기억을 먼저 지우면 기억 전체에 대한 영향이 없지만, 과거의 기억을 먼저 지우면 모든 기억이 엉켜버립니다. 두 사람은 최근에 싸운 기억이 많습니다. 싸운 기억을 먼저 지우고 나니 애틋하고 사랑했던 기억이 남아있게 되고, 그때부터 기억이 삭제되는 것에 대한 저항이 생깁니다. 행복했던 순간들을 어느새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영화 [Eternal Sunshine]의 원제는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로 흠 없는 마음에 비치는 영원한 빛입니다. 이것은 '알렉산더 포프'의 시에서 인용한 것으로, 중세 시대 슬픈 사랑을 했던 엘로이즈가 화자입니다. 엘로이즈와 아벨라르는 집안의 반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엘로이즈는 수도원에 들어가 원장 수녀가 됩니다. 엘로이즈가 어린 수녀들에게 들려주는 시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흠결이 없는 마음을 가진 이유는 사랑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알아서 아프고 힘든 엘로이즈가 자신의 상황과 반대의 시를 들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수녀 원장인 엘로이즈처럼 모든 것을 겪는 뜨거운 사랑을 하며 살 것인가, 사랑 없이 밝게 살 것인가를 질문하고 있습니다. 클레멘타인과 조엘은 본인에게 없는 모습에 서로 이끌려 사랑을 하게 됩니다. 클레멘타인은 진중하고 좋은 태도를 가진 조엘을 좋아했고, 조엘은 활발하고 에너지 넘치는 클레멘타인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클레멘타인은 조엘에게 답답하고 한심함을 느끼기 시작하고, 조엘은 클레멘타인을 거칠고 미숙한 존재로 보기 시작합니다. 그들이 싸우는 이유가 바로 처음에 서로를 좋아하게 된 이유입니다. 기억 삭제 상태에서 서로가 얼마나 지겨워하는지를 말한 테이프의 내용을 서로 듣게 된 후 그들은 고민하게 됩니다. 다시 시작하다면 결국 또 비슷한 이유로 괴로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것에 주저하는 것입니다. 조엘은 대답은 Okay였습니다. Okay의 해석에 따라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고, 새드엔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 사람의 의지에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