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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by with영화 2024. 10. 24.

왼쪽에는 남자의 왼쪽 얼굴, 오른쪽에는 여자의 오른쪽 얼굴이 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노인의 몸으로 태어난 아이가 남들과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리 벤자민의 삶은 거꾸로 가는 인생이었지만, 인생의 종착점은 다른 사람들과 같았습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제1차 세계 대전 종전 직후 전쟁이 끝났다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남들과는 다른 남자아이가 태어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낳는 도중 세상을 떠납니다. 아이의 아빠인 토마스는 뒤늦게 아이를 확인하게 되는데, 토마스는 무엇 때문인지 아이를 한 양로원 앞에 버립니다. 다행히도 한 부부가 아이를 발견하는데, 갓난아기는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에 부부는 깜짝 놀라지만 아내 퀴니는 그에게 벤자민이라는 이름도 지어주고 정성을 다해 키웁니다. 오래 살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벤자민은 퀴니의 사랑 덕분인지 다행히도 삶을 이어나가게 됩니다. 퀴니는 몸이 아픈 벤자민을 항상 사랑으로 돌봐줍니다. 노인의 외모를 가진 벤자민은 또래 아이들과는 다르게 양로원에서 노인들과 같은 생활을 합니다. 몸과 달리 정신은 그저 어린아이 일 뿐인 벤자민은 점차 그 생활에 따분함을 느끼게 됩니다. 지루하고 고요한 시간은 흘러 어느덧 벤자민은 7살이 되었는데 지팡이를 짚고 걸을 수 있게 됩니다. 얼마 후 그는 추수감사절에 만난 푸른 눈을 가진 데이지에게 한눈에 반합니다. 벤자민의 신체에는 많은 변화가 있게 되는데 점점 건강해지는 신체 덕분에 종종 외출을 하며 뱃일을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늙어가는 것과 다르게 벤자민은 점점 젊어집니다. 그는 정신적으로 청년이 되어 양로원을 떠납니다. 갑작스레 떠나는 벤자민 때문에 데이지는 많이 아쉬워 하지만 벤자민은 양로원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오게 됩니다. 벤자민은 세계 곳곳을 누비며 많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 데이지는 발레 학교에 입학하고 발레단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얼마 후 또다시 전쟁이 터지고 벤자민이 탄 배가 해군에 징발되면서 벤자민도 전쟁에 참전하게 됩니다. 그는 26세가 되어서야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데이지와 만납니다. 벤자민이 배를 타고 많은 경험을 하는 동안 데이지는 발레리나가 되었고 도시 생활로 인해 많이 변했습니다. 토마스는 갑자기 벤자민을 찾아와 자신의 친부라는 사실을 밝히고 벤자민은 많이 혼란스러워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힘들어하던 벤자민은 데이지를 찾아갔으나 데이지에게는 이미 남자 친구가 있어서 그냥 돌아오게 됩니다. 이후 데이지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벤자민은 그녀를 돌봐주고 싶어 하지만 데이지는 거절합니다. 시간이 흘러 데이지는 벤자민을 찾아오고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합니다. 두 사람은 같이 살면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냅니다. 건강한 딸이 태어나고 점점 어려질 자신을 걱정한 벤자민은 모든 재산을 데이지 앞으로 남기고 떠납니다. 빈손으로 세계 곳곳을 누비다가 10여 년이 지나 벤자민은 어느 날 갑자기 두 사람을 찾아갑니다. 그는 데이지가 재혼을 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안심합니다. 수십 년 후, 데이지는 양로원에서 연락을 받는데 안타깝게도 아이의 모습을 한 벤자민은 치매로 인해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데이지는 그런 그를 외면하지 않고 따뜻하게 돌봐줍니다. 시간이 가면서 걷는 법도 잊고 말도 하지 못하게 된 벤자민은 갓난아이가 되어버렸고, 기차역에 설치됐던 거꾸로 가는 시계가 철거되며 벤자민은 깨지 못할 깊은 잠에 들게 됩니다.

 

거꾸로 흐르는 시간 설정의 의미

F. 스콧 피츠제럴드의 1922년 단편소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을 원작으로 합니다. 시간에 대한 철학적 깊이와 죽음에 관한 철학적 고찰을 담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왜 거꾸로 나이가 드는 설정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생각할 때 두려움을 가집니다. 그 두려움의 상당 부분은 늙음에 대한 공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나이가 들면 죽음이 온다는 공포입니다. 그런데 이 구조를 거꾸로 설정하면 죽음에서 늙음의 문제를 제외할 수 있고, 오로지 죽음만 다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노인으로 태어나서 아기로 죽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늙어가는 것에 대한 부분이 빠져 있습니다. 노년의 문제와 죽음의 문제를 함께 생각하기 쉬운데, 영화는 그 두 가지를 분리해서 죽음의 문제만 보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거꾸로 늙어가면 똑같아져서 우리는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지만, 오직 한 사람만 거꾸로 나이가 든다면 차이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역전시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안타깝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뒤집힌 시간을 보는 이들의 시선은 철학적 깊이를 제공합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한 사람만 거꾸로 나이가 들어가는 설정은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담기 위한 장치로 느껴집니다. 사람에게 이별은 불가피하고, 그렇게 주변의 사람과 한 사람씩 이별하다가 결국은 자기 자신도 세상과 이별하게 됩니다. 혼자서 반대의 삶을 살다 보면 만남의 횟수는 많아지는 반면 그 기간은 짧아집니다. 마지막으로, 거꾸로 흐르는 시간 설정의 의미심장한 부분은 우리는 처음은 알아도 마지막은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번이 마지막일 줄 알았지만 마지막이 아닐 수 있습니다. 처음은 알지만 마지막은 모르는 보통의 설정을 역전시킨 것입니다. 하지만 벤자민 버튼은 마지막을 알고 있으므로 자기가 언제 죽을지 압니다. 예를 들어 나이가 어려지다가 초등학생 몸이 되면 10여 년 후 죽는다는 사실을 안다는 설정입니다. 그는 처음은 몰라도 마지막, 그 마지막 중에서도 죽음에 관해서 명확하게 인식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언젠가는 죽을 것이기 때문에, 그 끝을 안다면 어떻게 삶을 영위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영화 속 시계공 이야기의 숨은 의미

처음에 할머니는 시계공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 시계공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아들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합니다. 아들을 너무 사랑했던 시계공은 그 시간을 돌리고 싶어서 거꾸로 돌아가는 시계를 만든다는 이야기입니다. 영화를 보면 벤자민 버튼을 전쟁에서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 시계공의 아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시계공이 눈먼 시계공이라는 의미도 중요합니다. 시계공은 간절한 마음으로 시간을 돌리고 돌려서 시간을 돌리는 것까지는 성공합니다. 그렇게 벤자민 버튼은 태어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자민 버튼도 결국 세월이 흘러 죽는다는 결말은, 눈먼 시계공이라는 의미가 무력한 신이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시계공의 이야기는 영화의 앞부분에서 시계공의 부모 이야기부터 눈이 멀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그리고 시계공의 이름이 게토인데 프랑스어로 그 이름이 케이크라는 것을 굳이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벤자민 버튼은 생일에 케이크를 먹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유가 탄생의 의미인 케이크나 생일이 벤자민 버튼에게는 죽음을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케이크가 싫다는 말로 대신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