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 개봉한 영화로 새로운 집에 이사를 간 엄마와 딸이 침입자를 피해 밀폐된 공간인 '패닉 룸'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모녀와 침입자의 대치가 숨 막히는 긴장감을 가져오는 가운데 '패닉 룸'이라는 공간적 특성과 잘 부합되어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여줍니다.
침입자와 모녀의 긴박한 대치 상황
멕은 남편과 이혼하고 딸 사라와 함께 뉴욕 맨해튼의 고급 주택으로 이사를 합니다. 이 집은 독특하게도 집 안에 엘리베이터가 있고, '패닉 룸'이라는 숨겨진 비밀 공간이 있습니다.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되어 안전한 공간으로 보입니다. 전화선도 벽 속에 있고, 감시 카메라에 연결된 많은 모니터들, 정전에 대비한 배터리, 자체 환기 시스템까지 완벽합니다. 그날 밤 누군가가 침입합니다. 세 명의 무단 침입자는 집에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가정 하에 계획을 세웠으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망설이다가 결국 돈을 위한 범행을 시도합니다. 멕은 강도가 침입했음을 알고 사라와 함께 패닉 룸으로 숨게 됩니다. 그녀는 CCTV와 기계를 통해 원하는 것을 가지고 나가라고 말하지만, 강도들이 원하는 건 바로 패닉 룸 안에 있습니다. 강도들은 외부에서 패닉 룸 안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멕과 사라를 패닉 룸 밖으로 유인해야만 합니다. 강도들은 패닉 룸 안으로 가스를 넣어 보지만 멕은 그것을 역이용하여 가스에 불을 질러 밖으로 폭발을 일으킵니다. 멕이 가까스로 연락을 한 전 남편이 집으로 오지만 제압당합니다. 인슐린을 맞지 못한 사라가 발작을 하고 멕은 인슐린을 가져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패닉 룸 밖으로 나갑니다. 그러나 그녀는 패닉 룸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침입자 중 한 명인 번햄이 패닉 룸에 들어갑니다. 번햄은 당뇨가 있는 사라에게 글루카곤 주사를 투여하고 그녀의 회복을 도와줍니다. 전 남편이 미리 해 둔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고 결국 마지막에 살아있던 번햄은 체포됩니다.
안전한 패닉 룸의 역설
영화에 등장하는 패닉 룸은 안전을 위해 준비되었지만 주인공 엄마와 딸에게는 전혀 안전하지 않은 공간이 되었습니다. 패닉 룸 안에는 사용할 수 있게끔 전화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위험 상황에서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서 멕이 억지로 패널을 뜯고 직접 전화선에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조차도 강도들이 전화선을 끊어버려서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환기 시설은 패닉 룸을 열지 못한 강도들이 신선한 공기가 아닌 LPG가 흘러 들어가도록 해서 모녀의 생명을 위협했습니다. 이에 멕이 위험을 무릅쓰고 환풍구에 불을 붙여서 오히려 공격하였습니다. 또한 패닉룸 내부에 있던 구급상자에는 사라에게 필요한 글루카곤 주사는 없었으며 준비된 비상식량은 무설탕 제품이어서 당뇨병 환자인 사라가 저혈당 상태에 빠졌을 때 멕이 약을 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멕은 폐소 공포증이 있어서 외부와 차단된 작은 공간은 그녀에게 안전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극초반에 멕에게 집을 소개해준 중계업자가 문에는 센서가 있어서 절대 손 다치는 경우가 없을 거라고 했지만, 라울의 손이 센서의 감지 범위 밖 사각지대에 놓이는 바람에 문에 손이 끼는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안전을 위해서 외부와 단절된 대피공간이 오히려 위험한 공간이 되는 역설을 보여줍니다. 그들이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 그들을 보호할 것으로 기대했던 장소는 그들을 고립시켰습니다.
스릴러 영화로서의 최고의 긴장감
영화에는 세 명의 침입자가 등장합니다. 주니어는 할아버지가 남긴 막대한 유산을 혼자 가지지 위해 범행을 계획합니다. 그런데 그 유산이 공교롭게도 패닉 룸 안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패닉 룸을 설계한 번햄을 동참시키는데, 번햄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양육비 문제가 생겨 주니어의 범행을 같이 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스크를 쓰고 있는 정체불명의 맨 라울이 함께 합니다. 이 세 사람은 다소 허술하게 보이기도 하는데, 멕과 사라 모녀와 대치하는 위치에서는 적절한 캐릭터라 생각됩니다. 대치하는 상황에서 힘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 버리면 팽팽한 긴장감을 높이기 힘들고 스릴러 영화로서의 매력이 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모녀와 강도들은 각각 제한된 정보와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녀는 좁은 패닉 룸 안에 갇혀 있지만 집 전체의 CCTV로 강도들의 행동을 지켜볼 수 있고, 강도들은 넓은 집을 돌아다닐 수 있지만 패닉 룸 안을 볼 수 없습니다. 패닉 룸 안에서는 마이크를 사용해 말을 할 수 있고, 밖에서는 스케치북을 카메라에 비추어 의사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장치들이 한정된 공간에서 적절하게 사용되면서 숨 막히는 긴장감을 유지하였습니다. 특히 초중반 몰입도는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한 여자가 세 명의 성인 남성을 상대로 끝까지 맞서 싸우고 딸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모성애의 힘이었습니다. 그녀는 온전히 자기 힘으로 어머니이자 독립된 여성임을 증명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