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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좀비 영화의 신화, 부산행이 남긴 강렬한 여운

by with영화 2024. 11. 2.

기차 옆으로 아빠와 딸, 임신을 한 여자와 남편, 그 뒤를 이어 사람들이 좀비에게 쫒기고 있고 기차 뒤쪽은 불타오르고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져가고, 부산행 열차를 탄 사람들이 아직은 안전한 도시라고 알려진 부산까지 살아서 가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한국 최초로 블록버스터 영화에 외국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좀비를 등장시켜 K-좀비 시대의 막을 열었습니다.

 

K-좀비 시대의 막을 연 영화

부산행은 한국 최조의 좀비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좀비가 등장하는 영화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블록버스터급은 아니었습니다. 원래 좀비는 자신을 망각하고 기계처럼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고 있는 존재라고 합니다. 그래서 마치 시체와 같은 모습을 하고 천천히 움직입니다. 그런데 [월드워 Z]와 [28주 후]에서 빠른 좀비가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K-좀비의 시작인 부산행에도 빠른 좀비가 나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좀비는 수도 엄청 많고, 아주 무시무시합니다. 좀비가 열차를 따라 돌진하는 장면에서 그들이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서 자기들끼리 올라타고 깔아뭉개며 따라가는 모습은 스펙터클 합니다. 좀비 배우들의 좀비 연기가 호평을 받았는데, 좀비 역을 연기한 엑스트라 중 비보이나 댄서 출신들도 꽤 있다고 합니다. 고난도 몸동작 연기를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을 캐스팅하여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 것입니다. 영화의 흥행 요소 중 하나는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상화의 맨몸 액션입니다. 좀비에게 물리기만 하면 감염이 되는 상황에서, 상화가 팔에 테이프를 두르고 맨주먹으로 좀비를 때려잡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습니다. 배우 마동석이 연기해서 더 실감 나고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 부산행은 한국에서도 좀비 호러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고, 부산행의 성공 후 [킹덤], [살아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작품들이 연이어 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K-좀비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험난한 여정

석우는 금융업에 종사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일반 시민들이 겪는 고통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차가운 사람입니다. 그러나 딸에 대한 사랑은 무심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따뜻한 아버지입니다. 석우는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인데, 그의 딸이 부산에 있는 엄마가 보고 싶다고 해서 그는 딸을 데리고 부산으로 향합니다. 뭔가 이상함을 느끼지만 부산행 기차에 오릅니다. 기차에는 석우와 그의 딸 수안, 만삭의 몸인 성경과 그녀의 남편 상화, 그리고 야구부의 영국과 진희, 용석이 있습니다. 기차가 출발하기 직전에 한 소녀가 급하게 기차에 올라타고, 승강문을 닫고 기차는 출발합니다. 이때까지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에 탄 소녀가 발작과 경련을 하고 있는 것을 승무원이 발견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사이에 소녀는 발작을 멈추고 조용히 일어납니다. 소녀는 온몸의 관절을 꺾고 좀비가 되어 승무원을 물어뜯습니다. 그 후 순식간에 감염자가 늘어나서 마구잡이로 주위 사람들을 물어뜯고, 당하지 않은 사람들은 다른 칸으로 탈출합니다. 석우와 수안도 재빠르게 몸을 피하고 같은 열차에 탑승하고 있던 상화와 성경도 가까스로 좀비가 없는 칸으로 이동합니다. 알고 보니 대한민국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전국적으로 좀비가 나타났습니다. 대전역에서 군인들이 좀비를 제어하고 있다는 소식에 대전역에 정차하는데, 대전역의 군인들마저 좀비로 변해있습니다. 부산은 아직 좀비들에게 점령을 당하지 않은 듯하여 부산까지 가보기로 합니다. 가까스로 기차에 탑승한 사람들은 고난을 겪고 용석 때문에 상화가 감염되고, 용석도 결국 좀비로부터 피하지 못합니다.

 

좀비보다 무서운 인간의 욕망

영화에서 용석은 생존을 위해서 타인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고 자신만 살기 위해 악행을 반복합니다. 그리고 그는 사람들이 지닌 공포심을 자극해서 사람들을 선동하고, 희생양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을 여러 번 위험에 빠뜨리면서 생존을 이어갑니다. 그렇지만 결국 용석도 좀비를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비록 용석이 주도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 역시나 이기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두려움에서 시작된 이기심이겠지만 감염이 안 되었다는 것을 아는 입장에서는 보는 내내 답답하였습니다. 빨리 문을 열어주라고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을 겪으면서 다시 생각해 보니 현실에 좀비가 등장한다면 과연 쉽게 문을 열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쉽게 열어주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용기 있게 나서지 못한 사람들, 사실을 직관하지 못한 채 타인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광기로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 더 나아가 본인의 생존을 위해서 남을 해치는 사람들을 보면, 인간의 욕망이 좀비보다 더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